나비 프로젝트(Naby project)
Naby project
나비 프로젝트 (Naby project)
나비 프로젝트의 음악은 남원 대강면에 사는 팔십에 가까운 농부의 소리로부터 시작되었다. 밭을 일구며 불렸던 노래를 모티브로 음악 작곡 작업을 진행했다. 이 농부는 젊은 시절 동편제 판소리 맥을 잇고 있던 강도근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웠던 농부였다. 이 농부는 음악 재능이나, 예술 재능이 있던 사람은 아니었다. 농부의 청년 시절에는 판소리가 지금의 아이돌 유행가처럼 따라 하고 싶은 대상이나, 음악 문화였을 것이고, 판소리의 사설과 목소리가 가슴에 와닿아 시작했을 것이다. 예술 재능이나 교육 환경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저 따라 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강도근 명창의 판소리를 직접 녹음하거나 기록하며 판소리를 배웠다. 강도근 명창이 이 농부에게 남긴 유언은 “자네를 무대에 세워 보지 못하고 가네, 미안하네!”라는 말을 남기고 임종을 맞지 하였다. 이 농부가 판소리를 배울 때 기록물, 강도근 명창의 녹음 음원을 국립국악원에 기증하며 강도근 명창의 마지막 제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또한 이 농부는 판소리를 배운 연으로 남원 방송국에서 일하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이 농부의 열정을 알아본 남원 방송국 김 국장의 권유로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다면 남원 방송국에 취직할 수 있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이 농부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었고 최종 학력이 중학교였다. 결국 방송국에 취직할 수 없었다.
내가 이 농부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이유는 나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음악 재능, 악보를 볼 수 있는 눈도 없다. 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음악과 관련 일을 하겠다는 나의 꿈이 지금 여기까지 와 있다. 나는 천재적인 음악 재능과 예술 재능이 있는 사람들 주변에 있었다. 예술가의 재능을 부러워하며 살아오다, 나의 길을 찾아 소리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이 모든 것은 나에게 없어서, 부족해서, 결핍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이제 이 농부가 무대에 오른다. 엄마로부터 배웠던 노랫소리를 따라 젊은 연주자들과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작곡가의 귀와 마음을 통해 재해석된 농부의 노래가 무대에 오른다.
강도근 명창의 임종에 마지막 남긴 말이 생각난다. 남원 숲해설가 김귀옥씨 이야기가 생각난다. “ 장미는 장미라서 예쁘고, 별꽃은 별꽃이라서 아름다워”.
나비프로젝트 (Naby Project)
Culture(문화)는 “경작하다, 가꾸다, 재배하다” 라는 어원에서 나왔다. 문화는 씨앗을 뿌리고 가꾸고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다. 문화는 땅에서 왔으며, 엄마로부터 왔다. 엄마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던 소리가 땅에 씨앗을 뿌리고, 생명을 키워내며 삶과 죽음을 소리와 함께 했다. 노래 불러 땅을 일구고, 대들보를 올릴 때도 소리와 함께 하며 죽음을 맞이할 때도 소리와 함께 보낸다.
라인업
작곡_김현석(지음단조가), 연꽃필래, 새타령) / 서현정 (나비야_산아지타령_사호소리, 아리랑)
작가_김병오 449project(지음단조가 기원문)
음악감독: 신현석
연주자 :양기권(노래),신현석(장구, 범패구음) , 박미진(노래, 춤), 서현정(건반), 정연수(기타), 김윤성(사운드 디자이너)
연출구성: 전광표(소리여행가)
Track List / Runtime 30min
01. 대지(지음단조가)
02. 나비야_산아지타령, 사호소리
03. 연꽃필래
04. 아리랑
05. 새타령
공연일시 및 장소(남원 춘향제)
5/1 완월정(개막공연) 20:00
5/2 광한루원 완월정 11:00 / 13:00
5/3 예루원 17:00, 사랑의 광장 20:00
5/4 예루원15:00, 사랑의 광장 20:30
지금, 이 시대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2015년 6월호 작은것이 아름답다<지구 소리> 특집_사운드 오브 서울
소리란 무엇인가? 생명의 본질은 떨림이다. 잉태된 생명에게 처음으로 열리는 감각은 청각이다. 청각기관은 외부와 내부세계를 연결하는 감각기관이다. 양수의 진동을 통해 태아는 외부세계와 접촉하며, 이 때문에 음악이나 태담으로 태아와 소통하며 태교를 한다. 반대로 태아가 있는 내부세계로 접근하기 위해서도 소리가 필요하다. 태아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초음파 검사가 바로 그것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소리로 진단하는 것이다. 태어난 아기는 힘찬 울음을 터트리며 외부세계와 첫 소통을 시작하고, 살아있는 동안 많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살아 움직이기에 소리가 나는 것이다. 말을 배우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 부르며 즐거움을 느낀다. 사람들은 사는 동안 자신만의 목소리로 세상과 소통한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러서야 호흡을 멈추고 움직임을 멈추고 소리도 멈춘다. 이것이 삶이며 소리의 일생인 것이다.
‘사운드오브서울’은 생명의 본질인 ‘소리’에 집중하는 활동이다. 지금 이 시대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행동을 통해 우리 내부의 모습을 바라보고 일상의 이면을 다시 보게 하는 것이다. 도시의 모습을 눈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소리로 그리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의 소리를 채집해 소리지도를 만들었다.
사운드오브서울은 소리가 사람과 공간 사이에서 어떤 관계성을 가지는지 탐구하고 연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건축, 지역, 지형, 도시, 환경, 생태를 포함한다. 환경으로부터 소외된 소리를 다시 발견해 새롭게 환경과 공간을 잇고, 물리적 관점은 물론 문화적 관점을 함께 고려해 사람과 생태환경이 온전히 화합하는 ‘도시 소리 생태’를 디자인한다. 동시대 소리에 귀 기울이고, 미래 세대에게 지금 이곳의 소리를 오롯이 전달하는 것이 사운드오브서울의 목표이다.
소리채집 장소로 선정한 곳은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구로구 일부 지역이다. 역사적 시간을 기준으로 삼고 사대문 안의 공간을 중심으로 소리를 채집했다. 조선건국부터 개화기, 근대, 한국전쟁, 현대화가 되어가는 시간 축에서 변화하는 장소들의 특성을 고려했다. 종로는 한양이 조선왕조의 도읍지로 정하며 만들어진 행정구역으로, 긴 시간의 역사가 담겨 있고 중구에는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시기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다. 철공소가 많은 영등포구는 공장 밀집 지역에서 소리와 환경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채집 대상 지역으로 선정했다.
산에 가면 산의 소리가 있다. 동물의 울음소리와 바람소리, 물 흐르는 소리가 있다. ‘백색잡음’이라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소리가 있는데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백색잡음의 대표 예이다. 그러나 산에는 사람이 없고 도시에는 사람이 있다. 사운드오브서울이 도시 소리를 채집하는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소리와 환경, 공간을 연결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서울의 소리 풍경을 들어보자. 시청역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소리를 통해 우리의 내부로 들어가 보자. 2014년 11월 7일 오전 9시 3분에 시청역 지하도에서 채집한 소리다. 직장인들이 출근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지하철. 출근길 소리를 채집해 들어보니 사람들 목소리가 빠져 있었다. 묵묵히 걷는 것에만 집중하며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발걸음소리가 무겁고 둔탁했다. 마치 전투에 나가는 병사처럼. 직장이라는 전쟁터에 나가 경쟁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소리 풍경이었다. 퇴근시간 소리 풍경도 담아봤다. 같은 장소에서 2014년 11월 26일 오후 6시 49분에 채집했다. 퇴근하는 소리에서 귀에 들어오는 첫 소리는 목소리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상기되어 있었다. 전화하고 웃고 대화를 나누며 움직이는 발걸음소리는 경쾌하고 가벼웠다. 퇴근 뒤 일어날 여러 일들에 기대감을 품고 있는 소리 풍경이었다. 퇴근시간은 직장인에게 해방의 시간이다. 직장인 모두가 기다리는 시간이니, 퇴근길 소리 풍경은 즐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엔 동대문신발도매 시장으로 가보자. 이곳의 소리 풍경은 어떨까? 속담처럼 빈 수레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양옆으로 신발들이 늘어져 있는 골목에서 새소리 같은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손수레로 짐을 옮기는 배달 일을 하는 분의 휘파람 소리였다. 좁은 상가 골목을 지나가기 위해 알림 소리로 사용하는 것이다. 자동차에서도 날카로운 경적소리 대신, 이런 휘파람 소리가 나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그렇게 되면 운전하다 발생하는 분쟁들도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다음은 제기동으로 가보자. 경동시장에 가려면 제기역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노년층이 많고, 대부분 사람들이 시장용 손수레를 끌고 다녔다. 왜 손수레들을 끌고 다닐가 궁금해 하며 손수레 소리를 따라 경동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상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과일, 정육, 건어물, 채소, 생선에 이르기까지 온갖 먹거리가 넘쳐났다. 살 것이 많으니 손수레가 필요하고, 그래서 손수레 소리가 많이 들려왔던 것이다.
경동시장에서 청량리 방향으로 내려가면 청량리종합청과물시장이 나온다. 이곳 소리 풍경에는 리듬이 있다. 상인들이 목소리로 리듬을 만들어 사람들을 부르기 때문이다. 도소매 가게가 밀집되어 있다 보니 경쟁상대가 많은데, 과일은 싱싱할 때 팔아야 제 값을 받을 수 있기에 상인들은 저마다 개성을 살린 목소리 톤과 리듬으로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서로 목소리가 겹치면 손해가 되니 자연스레 각자 개성에 맞게 목소리를 만들어 쓰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음역대의 소리들이 들리는 풍경을, ‘경동시장의 합창’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곳 경동시장의 합창 소리로 세상을 배운다. 자기만의 목소리와 리듬을 가지고 세계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사운드오브서울 활동은 ‘듣기 문화운동’의 영역에 있다. 수동적으로 주어진 소리를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듣기, 주체적으로 듣기를 통해 우리 내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상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또한 일상에서 채집된 소리를 공유함으로써 소리를 통해 세상을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소리 기록 보관소’의 역할도 할 계획이다. 듣기 문화운동을 확장시켜 도시와 도시를, 국가와 국가를, 세계와 우주를 소리로 잇고 소리를 통해 생태와 사람을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사운드오브서울 활동을 계속 해 나갈 생각이다.
출처: 작은것이 아름답다
깡깡이마을
2018년 6월호_좋은생각 기고
영도는 근대 조선 발상지다. 일제 강점기부터 대평동에서는 깡깡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고 한다. 깡깡 소리는 수리 선박에 붙은 조개나 배 표면에 녹을 제거하기 위해 망치로 두드려 벗겨낼 때 “깡깡” 소리가 났다고 한다. 이 작업을 깡깡이아지매들이 많이 했다고 한다. 요즘은 그라인더로 작업하기 때문에 들을 수 없는 것 같다. 수리조선소에 한 척의 배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대평동의 삶이 시작되고 소리가 시작 된다. 엔지, 전기 장치, 도색, 프로렐러 등 각종 기계와 부품들이 대평동 공업사를 옮겨 다니며 소리를 낸다. 동아조선소 앞에서 그라인더, 지게차,크레인,오토바이,경보음,용접,망치 모두 각자의 소리를 내며 일하고 있다. 만약 이곳에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이곳은 죽은 공간이 될 것 이다. 공업사 밀집 지역에 나무를 다루는 소리도 있다. 진형목형이라는 곳은 낡은 선박의 부품의 치수를 재고 손으로 도면을 그려 나무로 부품의 틀을 만들어 낸다. 쇠자와 손도면, 나무 콤파스, 끌 이런 도구들이 목형 작업에 소리를 낸다. 심철선구공업사에서는 1200도 열기로 쇠를 달구 두 가닥으로 갈라 소리굽쇠 모양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데 1200도의 열기만큼이나 소리도 달구어져 저음이 공업사 안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대평스프링 공업사에는 다른 공업사와는 다른 질감의 소리를 낸다. 오래 된 기계에서는 부드럽고 날카롭지 않은 소리가 들리며 조화와 리듬이 들린다. 장인의 소리가 들린다. 용신당 앞 바닷가에서는 고단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파도 소리들을 들으며 작업복 차림으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배의 모터를 수리하는 예광전기공업사 사장님은 50년전 16살에 전라도에서 대평동으로 이사 와서 전기일을 배웠고 모터를 회전시켜 가며 내부의 상태를 점검하며 가스절단기로 쇠를 자르고 망치로 두르리며 소리를 낸다. 대평동의 아버지들은 최소한 보호구만 착용하고 우리 가정을 위해 소리를 냈다. 대평동 길가에서 들리는 과일 트럭애서 들리는 목소리도 어느 가정을 위한 소리다. 대평동의 소리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울림이다.
마음에 와 닿는 시간,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리’
2022년 서울노인복지센터 기관지 서울|만남|미래 72호 기고
문자에게 익숙한 디지털 세대에게 타인의 목소리, 전화 벨 소리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폰포비아.
디지털 세계는 엄청난 속도로 보이는 것, 보여지는 것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디지털 속도 속에 점점 더 외로워지며 고립되어 갑니다. 불평등, 혼족, 혼밥 등의 해시테크가 유행하며, 폰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말의 사용이 우리의 관계가 끊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소리가 끊어지고 듣기가 끊어진 우리는 외로움과 고독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리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습니다. 소리는 두 귀로 통해 고막의 떨림으로 달팽이관의 림프액이 진동하여 청신경이 전기신호로 변환됩니다. 마음에 와 닿습니다. 보이지 않는 소리는 공기의 진동을 통하여 고체에서 액체를 떨리게 하고 전기 신호로 바뀌어 우리의 마음에 와 닿습니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소리가 우리를 연결시키고 외롭지 않고 어우러져 살아가게 합니다.
주의 깊게 들을 때 질문이 시작 됩니다. 질문이 시작되면 타자와 대화가 시작됩니다. 나와 다른 이의 생각을 읽는 과정이 듣기이며, 나를 멈추는 과정이 있어야 듣기가 완성됩니다. 듣는 것이 보는 것만 못하다는 말은 밖으로 드러난 모습과 사실 확인 등, 겉모습을 중시하던 시대의 속담 입니다. 보이는 것은 겉모습만 알 수 있습니다. 내부의 모습을 보려면 소리를 사용해야 합니다. 초음파로 태아의 심장소리를 듣고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처럼 소리의 속성은 우리 내부 모습을 보는 기능이 있습니다.
소리는 과거를 기반으로 합니다. 소리는 기억과 맞닿아 있으며, 소리를 통해 회상합니다. 소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과거가 진행됩니다. 저는 목소리에 집중합니다. 현재의 목소리 안에는 기억의 목소리, 미래의 목소리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말하기는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영역이며 듣기는 공감과 감성, 지혜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듣기는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들어 주는 것, 오해 없이 듣는 것입니다.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듣고 멈추어 나를 바라보며, 우리가 혼자가 아니며 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