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와 닿는 시간,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리’

2022년 서울노인복지센터 기관지 서울|만남|미래 72호 기고

문자에게 익숙한 디지털 세대에게 타인의 목소리, 전화 벨 소리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폰포비아.

디지털 세계는 엄청난 속도로 보이는 것, 보여지는 것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디지털 속도 속에 점점 더 외로워지며 고립되어 갑니다. 불평등, 혼족, 혼밥 등의 해시테크가 유행하며, 폰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말의 사용이 우리의 관계가 끊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소리가 끊어지고 듣기가 끊어진 우리는 외로움과 고독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리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습니다. 소리는 두 귀로 통해 고막의 떨림으로 달팽이관의 림프액이 진동하여 청신경이 전기신호로 변환됩니다. 마음에 와 닿습니다. 보이지 않는 소리는 공기의 진동을 통하여 고체에서 액체를 떨리게 하고 전기 신호로 바뀌어 우리의 마음에 와 닿습니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소리가 우리를 연결시키고 외롭지 않고 어우러져 살아가게 합니다.

주의 깊게 들을 때 질문이 시작 됩니다. 질문이 시작되면 타자와 대화가 시작됩니다. 나와 다른 이의 생각을 읽는 과정이 듣기이며, 나를 멈추는 과정이 있어야 듣기가 완성됩니다. 듣는 것이 보는 것만 못하다는 말은 밖으로 드러난 모습과 사실 확인 등, 겉모습을 중시하던 시대의 속담 입니다. 보이는 것은 겉모습만 알 수 있습니다. 내부의 모습을 보려면 소리를 사용해야 합니다. 초음파로 태아의 심장소리를 듣고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처럼 소리의 속성은 우리 내부 모습을 보는 기능이 있습니다.

소리는 과거를 기반으로 합니다. 소리는 기억과 맞닿아 있으며, 소리를 통해 회상합니다. 소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과거가 진행됩니다. 저는 목소리에 집중합니다. 현재의 목소리 안에는 기억의 목소리, 미래의 목소리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말하기는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영역이며 듣기는 공감과 감성, 지혜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듣기는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들어 주는 것, 오해 없이 듣는 것입니다.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듣고 멈추어 나를 바라보며, 우리가 혼자가 아니며 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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